기억속 추억 한편

어느덧 산다화가

해피1614 2016. 11. 5. 13:46



      떠나버린 너에게


약 30여년 전 시골 사택에 살면서 

 꽃집에서 산다화 나무 1그루 구입했다.

식물에 대해 상식도 지식도 없던 때여서

그냥 열심히 물만 주고 가꾸었다.

그냥 내 식구처럼~~

별 탈없이 잘 자랐다.

그러다 겨울 한달 본가에 지내다가 1월 중간에 근무 관계로 한번 들렀는데

난 아직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밖에서는 눈이 와서 온 세상이 새하얀데

방문을 덜컥 연 순간 심장 터지는 줄 알았다.


방안에 두고 간 나무에서 

 산다화가 만발해 온 방안이 붉디 붉게 물들어 있지 않은가?

바깥 하얀 세상과 묘한 대비를 이루면서

 나의 심장을 계속 벌렁거리게 만들었다.

작디작은 나무에서 탐스런 꽃이  날 좀 봐주쇼

 하며  서로 얼굴을 세게 들이 밀고 있었다.


그래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었지만

산다화라 불러주니

너희들도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니?


흥분한 나는 직장에 가서 꽃구경 하러 오라 떠벌리고 자랑했다.

그래서

 같이 근무하던 직장 동료들 떼거지로 구경하러 오기도 하였다.


그 후 난 그 나무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다음에도 또 그 황홀한 순간을 기대하면서 열심히 물주며 가꾸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지 이상하게 영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시들시들 하더니 그만 이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


아쉽고 서운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던 나에게

직장 마스타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 작은 몸에서 그렇게 다산을 하고

 심한 출혈을 하였으니

그 나무가 어찌 살 수 있겠느냐고?

꽃봉오리 피우기 전에 몇개만 남기고

 다제거를 해 주었어야지...

당신 같으면 버틸 수 있겠느냐고?


말씀 듣고 보니

아!!!  이무지의 소치

그랬었구나.

 감당이 안되었었구나. 힘들었었구나.

출혈이 감당이 안되는 너에게

 수혈도 해주지 않고

 계속 아름다운 모습만 바랐으니

정말 미안하다.

 무지한 주인을 만나 한번의 꽃피움으로

 너의 아름다운 생을 마치게 하다니...


요즘 같았으면

너의 모습을 폰에서라도 남겨 두었을텐데

정말 아쉽다.

난 요즈음도 너의 다른 가족들이 꽃 피울때가 되면

 항상 너의 화려하고 예뻤던 모습이

 눈에, 가슴에 떠오르네.

다른 모습을 통해 너를 기억하면서

이 미안한 마음 다시 전한다.

사택에서 한때 가족처럼 지냈던

 

나의 친구

산다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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