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 7

너 같은 딸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2차 접종만 마치면 상황이 좀 나아지려나 했는데... 갑갑하여 애들 앨범 정리 하였다. 많기도 한 사진 중에 어릴적 사진에 유독 눈이 꽂힌다. 7세 이전에 효도 다 한다는 말 진리인거 같다. 사진만 보아도 예전 기억이 새록 새록 떠 오르며 맘이 따뜻해진다. 예전에 뜻대로 되지 않아 결혼 거부했던 때가 있었다. 하다 하다 안되니 " 넌 석이 각시 보다도 못하냐? " 석이 각시는 친정 동네에서 애들 5~6명 정도 낳은 지적 장애가 있는 여자였다. 긴 설명 하지 않아도 단숨에 이해되는 뼈 있는 말이다. 그러시면서 나중에 꼭 너 같은 딸 낳아서 키워 봐라. 평생 싫은 말씀 없으셨던 어머니가 처음으로 해피에게 이런 독한 말씀을 하셨다. 이후 주위 압박과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그루터기 2021.11.30

시그니쳐 향..

교보문고 창립 이념을 기반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책 읽기를 돕기 위해 만든 교보 문고 시그니쳐 향이라고 해요. 요즘 핫한 디퓨저 라고 예쁜 딸이 어저께 부쳤네요. 정신을 고양시키는 유칼립투스와 치유와 위로의 편백나무를 기반으로 하여 향이 만들어졌다고 설명이 나오네요. 거실에 은은한 향이 기분 좋게 퍼지고 있어요. 엄마와 어울리는 향이라고 말해주니 고맙기도 하네요. 첨부된 설명서의 아름다운 구절 다시 되내어 봅니다. *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 향기는 책을 깨우고 책은 향기를 품는다. 블친님들도 거실에 하나 비치 하시고 책을 가까이 해보세요. 깊어가는 겨울밤 조금은 덜 쓸쓸 하지 않을까요??

그루터기 2021.11.26

블친 미산님을 추모하며...

채 익지 않은 마지막 푸른 별이 떨어지던 날 엄마 손을 놓친 아이처럼 단풍잎이 울며 땅을 구르던 날 비에 섞여 첫눈이 내렸습니다. 가을엔 차마 떠나지 않겠다던 남편을 데리러 겨울이 잠깐 다녀간 것입니다. 산방이 내려다 뵈는 미산 숲 언덕에 남편을 꽃씨처럼 묻었습니다. 주목나무 아래 그의 집과 나의 산방 처마가 이어져 우리는 늘 함께 할 것 같습니다. 꽃씨의 약속을 믿기에 아픈 배를 움켜쥐고 가으내 꽃씨를 받던 그였습니다. '내년 봄에 꽃으로 오마~ ' 꽃씨가 한 약속대로 머잖은 날에 남편도 함께 오리라 믿고 있습니다. 너무 짧아서 슬프고 아쉬운 저희들 인연에 끝없는 기도와 따스한 위로를 보내주신 많은 블로그 벗님들께 깊이 감사 드립니다. 저와 가족들 힘내서 잘 살아내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

그리움 2021.11.24

복 사기..

친구와 오랜만에 저녁 한끼 먹고 있는데 여리여리한 아가씨가 다가와서 "복 사세요" 하면서 내민 복조리이다.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예전에는 설날 가까워져 오면 대나무로 만든 복조리가 집 마당에 몇개씩 던져져 있곤 했었다. 울 엄니는 갯수에 상관 없이 모두 사서 집에 걸어 두셨다. 복을 내치는건 아니라고 하시면서... 세태에 맞게 조리도 탈바꿈 했다. 시국이 어려우니 이런 알바도 하는구나 싶어서 얼마예요? 했더니 복 마니마니 받으시라고 만원이예요. 잔망스럽다. 사람 감정은 비슷한지 맞은편에 앉아 있던 아저씨 3명도 모두 1개씩 사 주었다. 우리도 각각 1개씩 사서... 이쪽으론 우리 큰딸 조쪽으론 우리 작은딸 복 마니마니 퍼주어야지..................ㅎㅎㅎ

그루터기 2021.11.19

디어 에반 핸슨

미국 브로드웨이를 휩쓴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이 영화로 된 작품 불안 장애를 앓는 학생과 동급생의 자살에 얽힌 이야기이다.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이라 밝은 분위기와 잘나가는 하이틴이 주인공일 줄 알았는데... 원작 뮤지컬 초연배우가 실제 영화에서도 주인공을 맡아서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고나 할까? 어쩐지 불안하고 자신감 없어 보이는 주인공 에반 헨슨 이유는 심각한 수준의 불안 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학생이다. 그래서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들이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불안과 공허함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뮤지컬과 영화 모두 주인공을 맡은 에반헨슨 역의 벤 플렛의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를 2시간 동안 들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 영화 구성은 어딘지 모르게 맥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가 없었다. ..

그루터기 2021.11.17

직업 전선

집에서 이틀 정도 집정리 하고 나니 예쁜딸 엄마표 김치 만두가 먹고 싶다고 메세지 왔다. 손맛 잘 내지 못하니 음식에는 좋은 재료 듬뿍 사서 때려 넣어야 한다는게 해피 지론이다. 고기, 김치, 숙주, 당면, 부추.... 모든 재료 넣고 만두피 30개자리 4개 사서 애들 아빠랑 많은 시간 투자해서 만들었다. 조거 남기고 몽땅 부쳤더니 좋아라 하면서 먹는 사진 보내 왔다. 조 위 이상한 모양은 애들 아빠 솜씨 입니당... 딤섬 모양이라나요...ㅋ ㅋ ㅋ 자식 먹는건 보기만 해도 행복하죠? 우리집에는 음식에도 순위가 있어요. 싱싱한 제주 갈치 사면 맨위 내장 있는 부분은 애들아빠, 그 다음 제일 통통한 부분 큰딸 그 다음 작은딸 해피는 꼬리 부분... 난 왜 맨날 작은거 주냐고 작은딸 어릴때는 항의 몇번 하더..

그루터기 2021.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