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속 추억 한편

굴레

해피1614 2016. 7. 19. 19:24

누나 !
00 그 시퀴 누나한테 사심 있어.
모처럼 남동생과 차 한잔 마시면서 경고성 있게 한 말이었다.
어이없고 하 황당하여 귓전으로 흘려 들었다.
동생의 황당한 경고는 머지 않아 현실이 되어 내 앞에 다가 왔다.
장장 4시간 걸리는 장거리임에도 주말마다 찾아왔다.
결혼하고 싶지도 결혼해서도 안된다고 단호하게 잘랐다.
그런데도 개의치 않고
믿어 보라고 한번만 믿어 달라고~~
어이없기도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적잖은 위로가 되었다.
참 사람 마음은 간사하기도 했다. 모든 마음 비우고 살던 나에게
어느 순간 동생친구에서 서서히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선물같이 확 다가온 사람이었다. 참 철딱서니는 없었지만 영혼이 순수하고 마음이 청정한 사람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인생 최대의 미스였다. 믿기는 뭘 믿어~~
그래~~한번 해보자 남들다 하는 거니까 하면서 철없고 무대가라로 대쉬하는 2살 연하 남자에게 결혼이란 굴레의 이름속으로 들어갔다.
그것이 1989년이었다.
시조시인이시던 시아버님은 왕대밭에 왕대난다는 말씀을 수시로 하시며 이 볼품없는 큰며느리를 끔찍히도 사랑해주셨다.
그렇게 어느덧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무던히도 속썪이는 그 남자와 인연이란 이름하에 지금까지 싸우며 찌지며 뽂고 살고 있답니다.
불행은 아니고요
행복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런데 딸둘은 억수로 예쁩니다.
오늘도 뭐하고 이렇게 늦는지 ~~
아들없는 우리집에 큰아들 하나 있습니다.
오늘 11시 넘으면 현관문 안 열어줄랍니다. 10층에서 전화와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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