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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천국

주말에 큰딸 내려 와서 사니 데리고 올라 갔다. 1년6개월 정도 케어 하느라 힘들었다고 하면서... 유치원에도 보내고 기본 훈련도 시키겠다고 했다. 3개월 정도... 바쁜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 말은 했지만 극구 말리지는 못했다. 요즘들어 어깨와 발목이 아파 와서 치료도 받아야 할것 같고 쉬고 싶은 맘도 없진 않았다. 보낸지 5일째인데 벌써 사니 옷걸이와 사물함에 눈길이 머문다. 애들 아빠 퇴근할 때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현관에서 기다렸는데... 허전한가 보다. 자꾸 언제 데려오느냐고 묻는다. 있으면 행복한 지옥 없으니 심심한 천국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적절하게 표현한 거 같다. 심심한 천국 한달 채 넘기지 못할거 같은 예감이 든다.

봄향기

사니 데리고 산책 하면서 공원에서 뜯어서 모은 쑥 떡집에 갔다 주었더니 완성 되어 온 쑥 인절미 쑥 절편 인절미는 냉동실에 두었다가 먹을 때 묻히라고 달달그리한 콩고물은 별도로... 예상외로 많은 양에 저걸 다 어쩌나 하다가... 애들아빠 회사와 장조림 태워 민폐끼친 위층 7가구에게 골고루 나누었다. 모처럼 기분이 므흣므흣... 정은 오고 가는건가? 애들아빠 회사 식당 아주머니 떡담아 보낸 그릇에 맛나는 두릅과 가죽나무 잎을 소담스럽게 담아 보내 왔다. 봄내음이 물씬 내 맘속에 자리 잡는다. 시골스러운 나의 식성 알고 있으셨나? 고맙기도 했지만 부담도 아울러... 이제 완연한 봄이다. 아파트 단지내 진한 라일락 향이 콧속을 간지리는 주말 아침이다.....^^

그루터기 2023.04.30

이재민 될 뻔..

애들 아빠랑 기분 좋게 와인 한잔 하고 그냥 있었으면 될 것을 애들한테 보낼 장조림 냄비 얹어 놓고 20분 뒤에 불 꺼야지 하며 자리에 누웠는데... 요란한 초인종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깨니 연기 냄새와 고기 탄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 아뿔싸. 놀라가서 보니 배란다에 연기가 자욱하다. 고기 냄비는 새카맣게 타서 있고. 집에 냄새 베이는거 싫어 베란다에서 한게 화근이다. 주방은 자동 차단 되어서 괜찮은데... 현관문 여니 10층 11층 아주머니가 얼굴 하얗게 해서 서 있었다. 연기가 창문을 통해 위로 올라간 모양이다. 자초지종 이야기 했더니 불난 줄 알고 많이 놀랐는데 다행이다며 안심 하고 돌아 갔다. 조금 있으니 경비 아저씨, 관리소장 줄줄이... 아휴 창피해 온 동네 방네 소문 다 났다. 울사니 인..

과유불급..

엄마 힘들게 해서 미안해. 맘 속으로 응수했어요. 건강한 유전자 물려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큰딸 연차 다 활용해서 일주일 휴가 받아 집에 왔어요. 흥분, 설레임... 오기전 일주일 메뉴 확실하게 짜 놓았어요. 계획대로 열심히 해서 먹여 살 좀찌워서 보낼려고. 그런데 모든게 계획대로 되지는 않나 봅니다. 모처럼 잘 먹는 모습이 좋아서 아빠도 엄마도 젓가락 위에 음식 계속 올려 주었던게 크나큰 실수였나 봅니다. 한밤중부터 힘들어 하더니 밤새도록 끙끙 급기야는 위액까지 오버... 병원에 입원 했어요. 급성 위염. 아휴 넘 힘들었어요. 자식 아픈거 지켜 보는 것... 오늘 한양 올라 갔어요. 머~~엉 합니다. 보내고 직지사 가서 예불 드리고 왔습니다.

그루터기 2023.04.14

나들이

연초록 세상이 도래 했다. 홀가분한 맘으로 사니 동행해서 팔공산 나의 아지트로 갔다. 여전히 동실동실한 얼굴로 나를 반긴다. 작년에 만났던 할아버지 혹시나 했는데 보이질 않는다. 모래땅이라 힘들이지 않아도 쑥쑥 잘도 올라 온다. 울 사니 신났다. 여기 저기 헤집고 다니면서 봄향기에 취한다. 할아버지 몫 남겨두고... 여기저기서 날 보란 듯 들꽃이 고개 들어 보고 있다. 참 아름다운 윤3월이다. https://youtu.be/P9u5wxrHUvk

그루터기 2023.03.29

수호신..

십여년 전 가슴에 악성 종양 진단 받고 1달 정도 수술 대기하고 있을 때였다.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하루가 1년 같으니... 독실한 불자인 언니가 단양 구인사 가서 봉사도 하고 불공도 드리자 제안해 왔다. 그때는 그 누구라도 의지 하고 싶은 맘이 컸던때라 지체 하지 않고 3시간 정도 정신없이 차몰아 갔다. 천태종 본산이라 신도수도 엄청 났다. 언니가 시키는 대로 철야 불공도 드리고 공양 봉사도 하였다. 바쁘게 돌아가니 맘속에 있던 불안한 감정도 옅어 지는 듯 하였다. 큰스님 친견은 보통 사람은 어려운데 언니의 신실한 불자 생활의 후광으로 인해 큰 스님과의 면담도 이루어졌다. 그런분들은 사람 얼굴만 보아도 맘을 꿰둟어 보시는 힘이 계셨겠지... 불안에 떨고 있는 나의 등을 쓰다듬으시면서 " 다 잘될 겁니다..

그루터기 2023.03.26